[교단 일기] 좋은 리더(2023.8.28.-9.3.)
벌써 2주가 지난 일기가 되겠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늦게라도 작성해 본다.
서이초 사건(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을까?)을 시작으로 혼자 힘들게 버티던 선생님들이 세상을 등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왜 학교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련이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는 홀로 사건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의 지원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항구에는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있지만, 학교에는 위기에 처한 교사가 의지할 방파제가 없다. 그는 홀로 거센 파도와 맞서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고 바다에 휩쓸려 들어가 쓰러지고 만다.
교사 초년생 시절 학교에 리더인 관리자가 교사의 방파제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선배 교사들은 교사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관리자를 믿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교육활동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약 10여 년의 짧은 교직 생활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을 5명씩 만나면서 좋은 기억의 관리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함께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나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점심시간에 학년부 선생님들과 식사하면서 선생님 한 분이 방과 후에 커피를 들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자는 제안을 하였고, 많은 선생님이 동의하였다.
사실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는 올해 5월 올해 학교에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의 요청으로 진행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선생님이 학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였고, 교장 선생님은 열심히 듣고 해결 가능한 내용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주셨다.
방과 후에 교장실에 방문하는 것이 결정된 후 무작정 찾아갈 수는 없기에 약 1시간 전에 먼저 내려가 교장 선생님께 선생님들이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 전달드린 후 선생님들과 교장실에 방문했다.
사실 교장실에 교장 선생님이 부르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대화를 위해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주제 없이 간단히 담소를 나누고 나오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가 먼저 편하게 대화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지 않을까?
그러한 리더라면 내가 위기 상황에 있을 때 방파제까지는 아니어도 옆에서 손은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일련의 상황들로 힘들어하는 많은 선생님 옆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좋은 리더가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