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 뒷담에 대한 고찰(23.6.19.-6.25.)
글을 임시저장해두고 이제서야 마무리해서 몇 주나 지난 오늘에야 늦은 일기를 올려본다.
근 한 달간 뒷담 때문에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는 거의 정리가 되었으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뒷담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고 그에 대한 생각을 짧게 써보고자 한다.
1. 뒷담의 의미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뒷담을 깐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사용된 '뒷담'을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집채의 뒤쪽에 있는 담"이 검색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뒷담'은 실제로는 "뒷담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뒷담화'란 "남을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런 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쉽게 말하면 남이 없는 곳에서 남을 욕하는 것이다.
'뒷담화'에서 '뒷-'과 '담화'를 따로 떼어보면 어떻까?
'뒷-'은 뒤에서를, '담화'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른 '뒷담(화)'는 "남을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런 말"이지만, 조금 폭넓게 생각해 보면 "뒤에서 남의 이야기를 하는 모든 것(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리하면 뒤에서 남에 대해 이야기(긍정과 부정 모두) 하는 것 모두 "뒷담(화)"라고 볼 수 있다.
2. 뒷담을 전달하는 이유는?
사실 뒷담(화)은(는)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군가 전달해주지 않으면 해당 사실을 알기 어렵다.
문제는 누군가 꼭 당사자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학생들과 이야기했던 뒷담(화) 사례에서도 친구에 대해 뒷담 하는 자리에 있었던 학생이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전달해 주었고, 이로 인해 갈등이 촉발되었다.
문제는 전달해 준 학생이 뒷담(화)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함께 뒷담(화)을 한 공범이 아닐까?
그런데 그(녀)는 왜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한 것일까?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왜 전달해 줬을지에 대해 물어보니 '친구여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친구라면 뒷담(화)를 말려야 하지 않았을까? 말리지 못한다면 해당 자리를 피했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둘 다 하지 못했다면 전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뒷담(화)의 피해자는 친구로부터 전달받지 않았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을 텐데,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뒷담(화)을 한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후로는 친구들의 행동과 시선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생활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그들은 왜 뒷담(화) 사실을 전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 정리한 답은 "친구의 불행을 이용해 그 친구와 더 가까운 사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친구에게 다른 사람들이 너에 대해 뒷담(화)을 한다는 사실을 전해주면서 해당 친구가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만드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해석이고, 물론 위의 답을 의도하고 행동하지는 않았겠지만, 은연중에 그러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3. 뒷담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교직을 떠나지 않는한 뒷담(화)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들려 올 것이다.
뒷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을 보면 자존감이 낮은 학생이 많았다.
그런 학생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어주고 격려하고, 학생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 상담 선생님과 연결하는 방법 이외에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앞으로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