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 망했다! 그리고 또 망했다!! with ChatGPT
#1. 망하기 위한 빌드업
챗GPT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 이것을 역사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을 해 보았다.
질문에 답은 잘해주지만, 그 대답이 전부 사실이 아닌 챗GPT가 지어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오류가 많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역사 수업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교과서에 있는 활동 중 삼국시대 왕들 중 한 사람을 골라, 업적을 기념하는 비문을 작성하는 활동을 학습지로 먼저 진행한 후 챗GPT에게 질문하며 다시 작성해 보고, 자신이 작성한 것과 비교하는 활동을 구성했다.
(정말 급하게 준비했던 활동이라 꼼꼼한 계획보다는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2.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
문제 1) 휴대폰 인증
챗GPT 사용을 위해선 먼저 회원 가입 후 휴대폰 인증을 받아야 한다.
휴대폰 인증이 필요한 점이 문제라고 생각되어 미리 테스트한 결과 하나의 번호로 2개의 계정을 인증할 수 있었다.
여기서 왜 "3개도 될까?"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을까...
하나의 휴대폰 번호로 계정 여러 개를 인증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내 번호로 학생 계정 30개를 인증해야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수업에 들어갔다.
야심 차게 학생들에게 가입 방법을 안내한 후 인증 과정에서 내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더니 더 이상 인증할 수 없다는 메시지...
급하게 교무실에서 휴대폰 가방을 가지고 오게 한 후 개인 휴대폰 번호로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 2) 구글 로그인 과정에서 나타난 빨간색 메시지
개인적으로 챗GPT에 가입했을 때는 없었던 문제가 발생했다.
혼자 가입하면서는 볼 수 없고, 해당 화면을 캡처 후 메일로 받아야 하나 그러지 못해 첨부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추후 사진을 확보하게 된다면 글을 수정해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야지..)
문제 내용은 도메인을 거부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동시에 @ggm.goe.go.kr 도메인으로 회원가입을 하니 사이트에서 이상한 행동으로 인식하여 몇몇 학생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였다.
일부 학생은 순조롭게 회원 가입 후 활동을 진행하였지만, 다른 학생들은 회원 가입에서 막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 도메인이 거부된 학생들에겐 개인 G메일 계정을 활용해 회원 가입 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어찌어찌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문제 3) 429 'Too Many Requests' 오류
어찌어찌 한 시간 수업을 마친 후 다른 반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중 여러 명의 학생이 갑자기 에러가 떠서 진행이 안된다고 이야기해 왔다. 학생의 화면을 확인해 보니 429 오류...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오류라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같은 와이파이(하나의 IP)에서 사이트로 갑자기 많은 요청을 해 제한이 걸린 것이다. 30명이 동시에 가입을 하고, 동시에 질문을 하다 보니 사이트에서 트래픽 공격으로 오인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해결 방법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뿐.... 찾아보니 1시간에서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급하게 내 휴대폰과 테블릿으로 핫스팟을 켜고 학생들이 학교 와이파이가 아닌 다른 IP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학생들에겐 개인 휴대폰 데이터를 활용해 휴대폰으로 활동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앞에 5반에서 위와 같은 문제를 겪은 후 마지막 반에서는 앞선 모든 문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학생의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여 개인 계정으로 가입하게 하여 활동을 진행하였다.
혹시 챗GPT를 학생들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려는 선생님이 있다면...
우선은 말리고 싶다. 내가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용하고 싶다면 조별로 계정을 생성 후 사용하면 위와 같은 문제를 조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2023.6.10. 수정>
해당 오류에 대한 openAI 사의 답변
https://help.openai.com/en/articles/6891829-error-code-429-rate-limit-reached-for-requests
#3. 예상했던 문제들!
문제 1) 거짓말쟁이 GPT, 할루시네이션 오류
챗GPT를 사용하면서 조심해야 할 지점은 이 친구가 거짓말을 정말 그럴듯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명한 세종대왕의 맥북프로 던짐 사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문제는 GPT 3.5 버전에서 발생했고, 논란이 되자 유료 버전인 GPT 4.0에서는 이러한 답변이 나오지 않도록 수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무료 버전 GPT 3.5...
학생들이 GPT에게 질문 후 크롬북을 들고 나에게 찾아온다.
선생님, 진흥왕이 고려 왕이 맞나요? 성왕이 없다고 나오는데요???
OO왕이 ~ 같은 일은 한 게 맞나요?
GPT가 열심히 거짓말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 오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사실 의도했던 점은 이러한 오류를 학생이 스스로 교과서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로잡기를 바랐으나, 아직 중3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수업이 지난 후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메시지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선정한 왕에 대해 물어보고, 그 내용을 확인 후 왕을 기념하는 비문을 작성해 달라고 GPT에게 요청하라고 안내하였으나, 이제는 학생이 왕의 업적을 GPT에게 적어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왕의 비문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안내하게 되었다.
엉망진창이었던 챗GPT의 할루시네이션 사례를 모아보았다.
이 내용을 학생들이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팩트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역사적 사고력(?) 향상에는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팩트 체크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고, GPT에게 질문을 하기보다 글을 써달라는 요구를 하는 내용의 질문과 답변을 보아보았다. 아마 활용한다면 이와 같은 방법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한 학생의 활동을 모아보았다.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이를 자신의 글과 비교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학생들이 남긴 챗GPT 사용 소감.
역사 수업에서 활용하기에 아쉬운 점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4. 챗GPT 이렇게 쓰는 거야!
한 주간 GPT와 씨름을 한 후 에테연(에듀테크연구회) 성남 지회 모임을 토요일에 참석하게 되었다. 과학교사K로 유명한 김요섭 선생님이 챗GPT를 보조교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너무 성급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동료 평가를 구글 설문과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모은 후 이를 챗GPT에게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기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챗GPT를 너무 성급하게 학생들과 사용하려 했다는 반성과 함께, 나도 보조교사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5.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학생들과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해보았지만 이정도로 엉망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경험은 꽤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쓸모 없는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 과 역사 수업에서 챗GPT 활용의 한계를 찾아볼 수 있었으며, 글을 작성하기 어려운 학생이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글을 써줄 것을 요구하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된 GPT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과 쟁점 연수에서 언어 과목에서 보여주는 강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지는 역사 과목의 특성상 챗GPT로 대표되는 AI 활용 수업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챗GPT 너 역사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니?
올 한해 함께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