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 짜장면 값은 "졸업"
자장면 값은 "졸업"
작년 말에 큰 사고를 치고 소년분류심사원에 다녀온 학생 둘에게 자장면을 사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해당 학생들은 겨울 방학 때 강제 전학으로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약속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 수요일 그 학생 둘이 방과 후에 친구를 보겠다고 학교에 찾아왔고,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자장면은 언제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1주일 뒤인 이번 주 수요일로 약속을 잡았으나, 출장이 생겨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금요일 방과 후에 만나 자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먹었다.
자장면을 사주면서 친구들에게 내건 조건은 "중학교 졸업"이었다.
누군가에겐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친구들에겐 누군가와 약속이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조건으로 내걸었다.
친구들에게 약속을 받고 던진 첫 번째 질문
'이번 주에 학교 몇 번 갔니?'
한 친구는 지각은 많았으나 매일 출석했고, 다른 친구는 2번 정도 갔다고 답변을 했다.
그리고 매일 출석한 친구가 3월 한 달간 3번 밖에(?) 결석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친구가 눈이 커지며 놀라기도 했다.
학교에 가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일단 멀어 서고, 두 번째 이유는 늦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충 정리해 보면 친구들과 밤 10시까지 밖에서 놀다 헤어진 후 집에서 새벽까지 휴대폰을 하다 보니 늦게 잠들고,
결국 아침에 늦게 일어나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와 밤새 친구들과 어울리고 새벽에 들어가 자느라 학교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밤새 친구들과 있을 곳이 있는지 물었을 때,
학생들이 밤새 영업하는 무인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무인카페에서 밤을 샌다는 이야기를 듣고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으나 가정환경을 대략 알고 있어 차마 하지 못했다.
'집에서 안 찾으시니? 들어오라고 안 하시니?'
같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졸업"할 것을 약속 받았다.
그리고 졸업하면 문자 하나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아이와 다양한 모양의 가정을 만나게 된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 뒤에는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엔 담임 선생님이 맡은 학생과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나마 학년을 맡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https://v.daum.net/v/20230327165703487